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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크라운 호텔. 늦지말고 오레이'
하루 종일 기분이 참 이상한 날이다. 오랜만에 평일 저녁 약속이 잡힌 날, 게다가 근사한 곳에서. 하지만 내 기분이 너무나도 축 가라앉고 텐션을 올리려 해도 도저히 올라가지 않는다.
"아니 글쎄 오늘 그 손님이 나보고 그렇다 말했다니까? 너무 웃기지 않아요?"
팽씨는 여느때처럼 손님 이야기를 하며 한껏 신이 났다. 평소의 나라면 손님들 성대모사에 한껏 열을 올리며 팽과의 퇴근길을 자축했을텐데.
오늘은 아니다. 어째 예감이 썩 좋지 않다.
"나는 오늘 시티로 안가고 바로 집으로 가요, 푹 쉬고 내일 봐요"
그렇게 팽이 내리고 10여분간의 홀로 트레인 라이드.
파트너 조가 어제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제 우리집 파티에 놀러왔던 C알지? 그 친구 오늘 확진됐데"
평소 같았으면 싫다고 너스레를 떨 법한 개기름이 자욱한 트레인 창문에 고개를 기대어 본다.
'아무 일도 아니여야 할텐데...'
집에 도착해서 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건 너가 자꾸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더 아픈거라고, 생각하지말고 느끼려 하지마. 약속시간 늦을 것 같으니까 얼른 씻고 준비해"
순간 '생각하지마, 느끼려 하지마' 이 대사를 듣고는 영화 겨울왕국 엘사에 빙의하여
'Conceal, don't feel, put on a show' 라고 중얼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괜찮겠지... 그냥 기분탓일꺼야'
출발하기전 조는 연거푸 나에게 괜찮을거라고 부정적인 생각은 금지라고 했다.
근사한 고급 호텔 일식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
얼마전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그들의 불안정한 감정처럼 자꾸만 불안해져가는 나.